이불 한 채만 놓여 있었다.
처음에는 어색했던 것이 차츰 익숙해지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.
이유는 뭐였을까.
있는 것으로 특징되는 것이 아니라 없는 것으로 특징되는 그 방이 주는 편안함.
산사의 밤은 고요했다. 불을 끄자 하늘에 별이 지천이었다. 모든 게 꺼진듯한 기분.
완전한 어둠과 고요 속에서 나는 마치 어머니의 자궁 속에 들어온 것처럼 깊고 단 잠을 잤다.
그 때 내 머리 위에 늘 곤두세워져 있던 안테나도 꺼졌다. Off.
- 정덕현 <대한민국 남자들의 숨은 마흔 찾기> -